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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713014?sid=104
이란 정부가 3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여성의 히잡 착용 의무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위자를 크레인에 매달아 공개 처형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권 유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이란 정부가 시위대에 공포심을 유발하려는 노골적 의도를 드러냈지만, 오히려 저항이 더 격화하고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 내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4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그동안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면 5배, 10배 규모의 친정부 시위가 동시에 일어나서 시위를 잠재우는 것이 통상적인 광경이었는데, 이번에는 3개월째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고 히잡 착용 자유의 목소리를 뛰어넘어 정권 교체, 정권 붕괴의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과 공개 처형 등의 조치에 대해 "정권 말기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마저 처벌이 두렵기 때문에 국가 제창 때 묵언 시위를 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굉장히 최소한의 인권적 표현을 목숨을 걸어야 되는 상황"이라면서 "이 정권이 거의 유지할 수 없을 막다른 골목에 왔다는 것을 단정적으로 보여 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란 청년의 요구 "중세적 율법 국가 시효 끝나"
이 교수는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저항 시위가 오히려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란 정부는) 초강경 공개 처형을 통해서 반대 세력들을 잠재우려고 하는 의도인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 의도가 자칫 더 큰 시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지금 10대나 20대들의 시위는 물러설 수 있는 한계를 지났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청년 중심의 시위대가 물러서지 않는 원인은 이들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에 탄생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옛 부패 왕정을 뒤엎은 현 이란 정권이 반부패와 반미 구호로 국민을 결집해 왔기에, 구세대는 "과거의 더 나쁜 정권으로 가면 안 된다"면서 체제를 뒤엎을 용기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는 과거의 부패 왕정을 경험하지 않았을뿐더러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국제 질서의 흐름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반혁명 보수 세력이 돼 버린 현 정권을 뒤엎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슬람 국가 57개국 중에서도 여성의 히잡 착용을 율법으로 강제하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두 나라뿐"이라면서 "다른 이슬람 국가들은 히잡이 자율화되고, 여성 총리와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 이란 청년 세대의 주장은 "반미라는 구호 아래 중세 시대의 케케묵은 이슬람 율법을 유지하기는 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란 청년들이 "이슬람 전통 가치를 유지하지만 인권과 국제적 가치를 반영하고 개혁과 진보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나라를 원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이란 고립으로 대응할 듯... "한국도 목소리 내야"
이란 정부의 과격한 인권 탄압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은 국제적 연대를 짜고 이란을 완전히 고립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반이란 성향의 미국과는 별도로 기존에 이란과 좋은 관계이던 유럽연합(EU)이 대이란 제재에 나섰고, 중국 역시 이란의 중동 지역 내 라이벌 사우디와 더 밀착하면서 이란과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란 상황에 대해 취할 태도 역시 국내외의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