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7시30분 무렵 서울 강동구 고덕파출소에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모였다. 등 뒤에 ‘순찰’이라고 적힌 형광조끼를 입고 한 손에는 야광봉을 든 채였다. 이들은 경찰과 야간 합동 순찰을 위해 모인 고덕1동 여성 자율방범대원들이다. 류재광 고덕파출소장이 파출소 밖에서 이들을 맞았다.
지난달 관악구 등산로 살인 사건 이후 고덕 여성자율방범대는 부쩍 바빠졌다. 주 2회 1~2시간 정도 동네를 돈다. 동네 야산을 순찰하는 빈도도 늘었다. 이날의 순찰 코스는 고덕산 둘레길이었다. 한 대원이 들뜬 표정으로 ‘야간 산행 순찰은 처음’이라고 말하자, 다른 대원이 덤덤하게 ‘새벽에 늘 산책하던 길’이라고 했다.
고덕 여성자율방범대는 2013년 창설된 ‘립스틱순찰대’가 시초다. 일대 재건축으로 우범지대가 많아진다는 우려를 누그러뜨리려 만들었다. 다른 자율방범대와 달리 총 24명 남짓한 구성원 모두 여성이다. 초대 자율방범대장을 맡은 김종순씨(64)가 지금껏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서로 단합이 정말 잘 된다. 뭔가를 시킨다는 개념이 아니라 이야기하고 맞춰가는 느낌이라 초창기 멤버들 대부분이 이탈하지 않고 지금까지 쭉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원들의 가입 경위는 다양했다. 코딩 시간강사 김은영씨(46)는 지난해 11월 방범대에 가입해 총무로 일하고 있다. 방범대 막내 축에 속한다. 그는 ‘동네 지킴이’가 여아 납치를 막았다는 뉴스를 보고 ‘치안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활동을 시작했다. 김씨는 “밤늦게 혼자 다니기에는 위험해 보이는 길들이 있다.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무섭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안심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건봉자씨(70)는 최고령 방범대원이다. 평소 수영·요가를 꾸준히 해온 탓에 또래보다 건강하다고 자부한다. 30년간 해오던 장사를 접고 몸을 움직일 활동을 찾다 방범대에 가입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순찰에 참여한다. 아이들은 건씨를 ‘할머니 경찰관’이라고 부른다. 건씨는 “고덕산은 내가 30년째 다닌 산이라 훤히 꿰고 있다. 나와서 순찰을 하면 운동도 되니 건강이 될 때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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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50617?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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