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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이승현 수습기자 = "하루도 빠짐없이 전우들의 시체가 쌓여갔지…어린 나이에 그런 참상을 눈 뜨고 보는 게 가장 고통스러웠어."
지난 23일 오후 광주 보훈회관에서 만난 '참전용사' 오달면(88) 6·25참전유공자회 광주지부장은 눈을 지긋하게 감고선 72년 전 동족상잔의 아픔을 회상했다.
한국전쟁 당시 백마부대 육군독립대대 6포대원이었던 오 지부장은 강원도 철원군 395고지(백마고지)를 중공군으로부터 사수한 주인공이다.
17세 소년의 패기로 전쟁터로 향했다는 그는 '한국전쟁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웃음기를 빼고선 비장한 말투로 말문을 열었다.
전남 나주시에서 태어난 오 지부장은 1951년 1월, 17세의 나이로 백마부대에 학도지원병으로 입대했다.
공부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지만, 북괴군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연필 대신 총자루를 쥐게 됐다고 전했다.
전우들과 함께 호기롭게 전쟁에 참여했지만 마주한 한국전쟁의 실상은 참혹했고, 해마다 6월만 되면 악몽에 시달린다고도 했다.
그는 백마부대 육군독립대대 포병 6포대 소속으로, 현재는 동부전선으로 분류된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 일대에서 전쟁에 참여했다.
작전본부(FDC)로부터 작전 내용을 전달받아 포진지에 포를 쏘도록 지시하는 임무를 맡았고, 하루 평균 수십, 수백발의 포성을 들으며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1950년 당시 백마부대가 사수했던 철원평야는 식량이 풍부해 중공군과 하루에도 수차례씩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전쟁 기간 하루도 쉬지 않고 하늘 위로 포탄이 날아다녀 현재는 자다가도 굉음에 소스라치게 놀라는가 하면 두려운 나날을 한동안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포진지 옆으로 포가 떨어지니 어느 순간부턴 소리만 들어도 포 소리를 구분하게 됐다"며 ''푹' 소리가 나면 진지가 아닌 곳에 떨어진 거라 그때는 한숨을 돌리곤 했다"고 회상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포탄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도 여러번. 장기화하는 전쟁으로 지친 그는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 또래 전우들에 의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를 피하고자 구덩이를 팠고, 그 안에 가마니를 깔았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에서 전우들과 동고동락했던 순간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울먹였다.
전시 생활을 곧잘 버틴다고 자부했던 그에게도 힘든 시간은 찾아왔다.
입대한 지 1년이 지날 무렵 함께 했던 전우가 포탄에 맞아 쓰러져 가는 순간을 목격하면서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했다.
1953년 7월27일 휴전이 선언되기 2~3일 전 그날이 아직도 뚜렷하게 떠오른다는 오 지부장.
그는 휴전 전 요새지인 철원평야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어떤 날보다도 치열했던 전투를 치른 날이라고 입을 뗐다.
낮에는 아군이 철원평야를, 밤에는 중공군이 점령하기를 여러 차례. 하루에도 서너 번씩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탓에 한국군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갔다고 했다.
오 지부장은 "그날을 전후로 전우들의 시체가 계속 내려왔다"며 "시체를 수습하지 못하니까 군번줄을 입에 물려놓고 오기도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수습하는 도중 포탄이 떨어졌고, 전우를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절규까지 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우들에게 하지 못했던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이제라도 하고 싶다"며 "전우들과 우리들의 희생이 있기에 지금의 철원평야가 존재하는 것이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끝으로 지난 2019년부터 광주시지부장을 맡은 그는 참전용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